어떤 예언

歸路

         중3 방기중


길게 누워
무거운 나의 귀로를 망각해 버린
고목에
쓸쓸한 내 그림자가 감싸일 때

그 위에 홀로 지꺼리던
나의 노여움에 노란 가랑비가
파르릉거리며 멀리 퍼져 쏟아진다
슲은 노여움이 끈덕지게
감미로운 전율을 스쳐도
하이얗게 상기된 비뚫어진 팽인
자꾸 비웃듯 벙글벙글 돌아가고

어느 사이엔가 싸늘해진 그 서러운
흐느낌의 미소에 흠찍해진
간사한 노여움은
차가운 눈을 자꾸 굴리며 열심히
지꺼리고 있다.





흔적 M1

중3 방기중


지금은 기억에도 사라진 시간 - M市에도 눈은 내린다
소복히 단장한 아내는 소곳이 두눈 - 모회사 제품 안약으로 범벅이 된 핏덩이 - 을 감고 눈이 내리는 걸 찬양하였다
난 그 때 [야아! 눈이 오누나] 소리 쳤지만 그것은 쓰디쓴 통곡이였다
내 꾸부정한 뚜 어깨에도 눈이 내렸다지만 그건 내 아들 웅이의 반가움이였다.
그때 웅인 [아빠! 보고 싶어] 반가워 했지만 그건 빈사 직전의 패잔병의 구원의 목소리였다.
이젠 기억에도 사라진 환상이지만 서러운 해가 황혼 속으로 감추고 나에게 [여보게, 추워서 떨리네] 라고 속삭였지만 그건 늙은 하숙집 할머니의 고함소리였다.
싸늘하게 울리는 자동차의 경적은 끝없는 공간을 메우려고 하얀 눈을 감싸고 있다.
넓게 퍼지는 헤트라이트의 불빛은 집없는 쓸쓸한 타아를 비치다가는 눈을 감아 버린다.
이제는 기억에도 사라진 환상이지만

지금은 기억에서 사라져 간 시간 - M市에도 눈은 내린다



: 중동중학교 교지 제 15호, 1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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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을 참 사랑하셨던 그분은
평생 자식이 없으셨다.



by cryingkid | 2009/09/24 13:20 | 일상 | 트랙백 | 덧글(1)

차라리 거리에 나가 샌드백을 쳐라.

대한민국 사람들이 '연예인'에게 들이대는 행동규범은 종종
국정원의 민간사찰이나 유신 계엄령 하의 일상 규제만큼이나 숨막혀보인다.
다른 이들 인생을 끔찍한 정도로 파헤쳐
잘못 하나를 기어이 캐내 한마디 거드는 걸로
제 낯빛을 세우려는 심성이, 실은 그 때에도
독재의 '하부구조'로 작용했던 게 아닐까.
어쩜 저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주물럭거리는데 조금의 거리낌이 없을까.

우리는 저런 불도저짓을 남에게 하지 않아야할 뿐더러
누군가 나에게 저런 짓을 하도록 허용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 것들이 허용되면 될수록 저런 무지막지한 지랄이 용케
'있을 수도 있는' 일로 치부된다.

당최 이 나라는 남의 일에 왜 이리 관심이 많은가.
까닭이 궁금하다. 죄지은 놈 한명을 저리 돌려 침뱉으면,
제 일상이 안온해지나? 세상에 대해 뭐라도 함 말해본 것 같나?
당신이 까는 그 누구보다는 나은 인간 같아 존나 좋나?
애국심이 막 충천하나?

생각하는 국민이 되는 걸 가장 가로막는 것은
저 머리에 뿔 달린 기득권층이 아니라, 그들에게 사시사철 이용당하는,
덜 생각하고 함부로 말하는 국민이다. 그들은 제 짧은 지적 자부심이
무엇을 초래하는지를 모른다. 또는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자부심은 허영이다. 그런 허영을 부리고 싶을 땐
차라리 거리에 나가 샌드백을 쳐라.
사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by cryingkid | 2009/09/07 21:14 | 일상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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