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01일
인터넷 성찰기 : 386을 까는 88만원 세대들에게
: '여유'를 공양하라
새로운 프롤레타리아트는 노동계급을 대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노동계급을 자본에 의해 그들의 노동을 착취당하는 모든 사람들로 확장시켰다. 포스트-포드주의의 경제에서 잉여가치는 더 이상 생산물로 물질화된 노동으로부터 추출되는 것이 아니라 지불노동과 부불노동 간의 편차(discrepancy) 속에 자리잡고 있다.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비물질적 노동의 과실을 더욱 풍요하게 유지하게 만드는 정신의 여유시간(idle time)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실베르 로뜨링거, [우리, 다중], 빠울로 비르노,『다중』의 서문, pp22-23.
인터넷을 쓰는 사이 규정받게 되는 우리의 정체성은 어떤 것일까. 수많은 정보를 지나치면서 제 인생의 깨달음도 쉽게 지나치는 버릇, 혼란스런 정보의 홍수와 혼란스런 인간관계의 홍수, 인터넷을 통해 얻는 기쁨과 안온함은 종종 그렇게 스스로를 분해시켜가며 얻는, 부패시에 발생하는 미열과 같은 것은 아닌지.
공론장이라고는 하지만 의견의 생산보단 의견의 비판이 더 활발한 현상은 논어에서 말하는 ‘안고수비’, 눈은 높되 손은 비루하단 몇천년 전의 통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좋은 말도 귀에 찰싹찰싹 달라붙는 버전으로 시시때때 그 뉘앙스가 바뀌길 원하는 사이 ‘좋은 뜻’은 ‘좋은 언변’에 대한 구설수 속으로 미분되어버린다. ‘감동’을 그리도 갈구하는 버릇은 세상에 ‘감동’이 널려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개개인이 감동을 느낄 ‘능력’이 점차 거세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386의 너스레, 식상함을 이야기하는 우리들은 정작 그 식상한 386의 구호 대신 얼마나 나은 전망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가. 세상의 모든 희망과 행동과 운동들을 그 뒤에 서서 비웃을 수 있었던 세대들은 남의 뒷담화에는 일가견이 있는 반면 자기 삶의 기반은 제대로 파보지도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오욕의 원인은 군사정권의 외압에서 건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자유로 옮아왔다. 386보다 더 비참한 족속들은 우리 88만원 세대다.
그 이면에는 혹 인터넷으로 원없이 축낸 우리네 안타까운 ‘여유 시간’이 원인처럼 도사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나를 얻기 위해 아흔 아홉가지 쓰레기를 주워섬기는 가운데, 모든 하잘것 없는 것에 제 주장을 맡겨두고 그것 하나하나에 귀기울이는 사이, 정작 스스로가 쌓아야 할 삶의 각론들은 그것들 사이로 산산히 흩어지도록 놓아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 인용문의 지적대로, 저개발국들이 하나둘씩 중진개발국으로 거듭나면서 착취의 대상은 이제 제3세계의 하급경제에서 현대인의 ‘여가시간’으로 옮아오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핑은 개인의 여유를 전유하는 데 전대미문의 효율을 자랑한다. 현대의 자본은 일일 8시간 노동을 양보한 대신에 그 외 여유시간을 모조리 그의 것으로 만들었다. 여유를 즐긴다며 인터넷 앞에 4,5시간을 앉아있는 가운데 그 여유를 즐기는 쪽은 과연 개인인가, 개인의 여유를 전유한 자본인가.
개인에 대한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주어진 이 세대가 그 어느 때보다 자본종속적인 현재의 역설은 바로 이러한 원인 때문인지 모른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unplugged된 상태로 지내자는 우석훈의 주장은 그래서 의미롭다. 과연 인터넷으로 쓴 시간은 그로부터 얻은 무언가에 값하는 것이었는가. 하나를 얻은 핑계로 나머지 아흔 아홉의 시정없음을 변명하고, 공중에 날려버린 ‘시간’을 변명하는 이 지극한 나약함은 우리 세대의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욕하는 386의 문제의식을 넘기는 커녕 그 반푼이라도 따라가보려면, 인터넷에 대해 온갖 부풀려진 장밋빛 희망과 대안의 거품을 걷어내고, 우리가 진정 인터넷 속에서 어떤 개체로 거듭나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번 돌이켜보자. 당신은 하루에 몇 시간 인터넷을 사용하며, 하루에 몇 시간, 아니 몇 분을 ‘스스로를 위해’ 사용하는가. ‘스스로를 위해’ 인터넷에 무한정 투여되는 시간 속에 정녕 ‘자신’을 위한 것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현대 자본의 착취의 대상은 저 멀고먼 남미의 어느 나라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여유’시간이다.
- 20071111, cryingkid
# by | 2008/03/01 13:12 | 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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