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08일
0607 물대포 보복 시위, 앞으로는?
여러 분들이 지적하셨듯, 어제는 명백히 시위대가 더 폭력적이었습니다. 사다리로 유리창 깨고 깃발로 깃대 부러질 때까지 저지선 때리고, 소화기도 제가 보기엔 시위대가 더 많이 뿌렸던 것 같군요. 에프킬라에 불붙이는 사람도 있었고, 소화기 호스 거꾸로 붙잡고 빙빙 돌리던 사람도 보이더군요. 줄기차게 틀어댔던 방송차 말대로, 어제의 시위를 '비폭력 평화시위'라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프락치의 마타도어질이란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프락치였든 뭐가 됐든 그들이 그러고 있을 때 '비폭력'을 외치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는 게 더 중요해보이네요. 31일이나 1일, 전경과 대치하면서, 맞아가면서도 비폭력을 외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제 저도 있었지만, 광포한 시위대와 우왕좌왕하는 전경들과 애절하게(!) 외쳐대는 경찰 방송은 뭔가 시위대보단 경찰이 불쌍해보이는 효과를 낳았고, 시위가 뭔가 이상하게 굴러간단 생각을 할 만 했고, 해서 어제부로 안나올 사람들도 많을 것 같더랬습니다. 오늘 인터넷 여론을 보니 그 짐작이 틀리진 않은 것 같군요.
어제의 '폭력'시위는 우선, 단순히 폭력을 썼으므로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합의되지' 않은 폭력이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나 인정하고 수긍할만한 폭력이 아니라, 몇몇 사람의 마타도어와, 그 사람들을 둘러싼 군중의 놀랄 만한 침묵과 동조가 얽힌 이상한 분위기였다는 게 문젭니다. 모든 시위가 비폭력일 필요는 없지만, 어제의 '폭력'시위는 비폭력 시위에 비해 딱히 전략적이지도 못했고, 그 폭력이 체계적으로 집행되지도 않았고, 산발적인 폭력에 대한 동의도 거부도 보이지 않는 애매한 군중까지 포함해서, 모양새가 좋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2박 3일간 충무공 동상 앞에 성을 쌓고 사실상 폭력을 유인/방조한, "헤이 한번 와서 쳐보지?"식으로 폭력시위를 '호객'했던 경찰측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습니다. 이 모든 게 경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번만큼은 경찰 쪽에서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수성'을 목적으로 짠 진 같더군요. 저지선의 폭이 지나치게 넓었고, 돌격의 집중도가 그만큼 떨어졌고, 높다라니 선 버스 위에서 전경이 우왕좌왕하는 건 그 자체로 그만큼의 높이에서 자신들의 불쌍함을 널리 퍼뜨리기 유효했습니다. 요는 경찰차 배치가 이미 시위 분위기를 구조적으로 결정했고, 하여 산발적인 폭력 시위는 이미 예정된 어떤 수순이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와 연계해서 둘째로, 2박3일 국민엠티라는 컨셉으로 기획되었던 촛불문화제 자체의 한계를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우드스탁을 연상케 하는, 일상화된 시위의 긍정적인 면도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저 역시 기타 들고 가서 그 자리서 놀았던 사람이지만, 여러 분들의 염려처럼 이게 듣보잡들 모여노는 술판인지 뭘 외치고자 하는 시위판인지 영 구별이 안되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애초에 컨셉 자체가 그를 의도한 것이긴 했지만, 적어도 마지막날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처노는" 시위대와 "처싸우는" 시위대의 환상적인 하모니였습니다. 놀거나 싸우는 게 잘못됐단 얘기가 아니라, 2박 3일간 '노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갑갑한 누군가는 '싸움'을 별러왔을 거란 점에서 둘은 상관관계가 있었고, 따라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주최측에서 마지막날만큼은 이 둘을 좀 분리할 필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돌격을 의도치 않았다면 해산을 공포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조직적으로 선동하거나.
아니면 이틀간의 물대포에 대한 보복 시위라 풀이될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이 그토록 눈앞의 폭력을 보고 서있었던 데엔 실제로 그런 구석이 있었던 것 같고, 대외적으로 내비치기에도 그쪽 설명이 더 나아보입니다. 뭐 어쨌든 결과는, 시위대의 폭력시위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습니다. 비폭력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고, 이전에 비해 촛불집회에 의문을 표하는 분들도 부쩍 늘었고, 프락치 얘기를 하면서 시위대와 폭력을 분리하려는 시도도 보이네요. 여론의 움직임으로 본다면, 31일 1일 두 차례의 폭력 진압으로 두 골 넣고 어제 일로 한 골 먹힌 꼴입니다. 물대포 보복이나 혹은 다른 말로 어제의 양상을 심정적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그런 핑계를 앞으로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고로 승부는 이제 다시 원점입니다.
10일 집회의 포스터를 보니 몇개의 의제로 압축된 구호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10일 100만 항쟁에 야당 의원들도 대거 참여한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돌격이나 정권 퇴진의 구호가 공허하다고 했고, 요구사항을 보다 정확히 바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애써 모인 시위대고, 앞으로 5년동안 모든 사안마다 이렇게 모여들 수는 없을 만큼, 모였을 때 최대한 많은 걸 따내야 합니다. 또 많은 걸 따내기 위해서, 내용없는 구호나 너무 앞나간 요구들은 거둬들일 지혜도 필요합니다. 이 때야말로, 우리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를 더듬고, 그걸 전략적으로 다듬어 외쳐야 할 때입니다.
제 친구녀석은 이제 국회로 가자는 얘기를 하더군요. "국민투표부의권의 국민부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요는 이렇게 국민들의 전면적인 항의가 쏟아졌을 때 이를 수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얘기 같더군요. 불법시위니 운운하는 데 대해, 흔히 국민의 저항권 개념으로 방어하던 시위 분위기도 그렇구요. 여담이지만 무엇보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똘끼(!)보다 과반수 국회의원들의 꺵판이나 막장 개헌이 더 무섭기도 합니다. 개헌 필요하단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헌법을 어떻게 뜯어고칠지, 혹은 어떤 법률들을 통과시킬 건지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칩니다. 고로 10일엔 대학로-시청-한강다리-여의도로 행진 크리[........]
각설하고, 어떤 방향이 되었든,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쇠고기 하나때문에 모인 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전반적인 "똘끼"때문에 모였고, 지금은 그 "똘끼"에 얽힌 최대한 많은, 유효한 것들을 물고 늘어져야 할 때입니다. 행정부가 쇠고기 협상에 속속 신속한 대처를 보이는 것도, 이 시위의 영향력을 '쇠고기' 하나로 제한하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쇠고기 풀렸다고 해산했다가 민영화 낼름 해버리는 사태는 정말 상상하기 싫군요. 애초에 10대들이 청계광장으로 나왔을 때 광우병과 교육자율화를 연계시키던 걸 기억해봅시다. 지금은 무엇보다 그런 '유효한' 의제들의 연동이 절실히 필요한 듯합니다.
지지 않아야 하는 싸움입니다. 지지 않기 위해서, 10일의 판이 어제와 같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용케 2박3일이 끝나고 나니 하늘 가득 비가 내리는군요.
10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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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08 20:43 | 글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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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은 '선생'입니다만, 그든 누구든 이 판을 80년대식으로 채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는 책잡힐 일이 없었으면 해요.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화면은 너무 어두워 무엇이 사람이고 무엇이 길바닥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가운데, 덩어리진 몸뚱이들이 서로 엉겨붙어 싱강이를 벌이고, 그 옆에선 욕설 혹은 함성 혹은 웅성거림으로 산만하게 주변을 떠돌고....
게다가 무수한 소음들 속에서 가장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라곤 경찰의 해산 권고와 진압 경고 방송 내용뿐이었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그 비싼 비용을 치러가면서 중계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답답한 방송이었습니다.
이것은 곧 현장에 함께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응원하는 네티즌들에게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을 거라고 봅니다. 비판적인 글들 가운데 중계 방송을 시청했던 분들도 꽤 있더군요.
아무튼 어제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는 듯한 시위였습니다.
어제는 폭력이 사용되었다는 게 문제였다기 보다, 폭력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었다는 게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그게 갑자기 20대들이 참여하기 시작부터 말이 나오는것 같은데, 그저 웃을뿐. 이번 시위는 그저 오로지 '20대'들에게만 실패일뿐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때는 성공이라고 여겨짐.
성공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관심도 없고 투표율도 굉장히 저조한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참패와 지금이 아닌 불과 몇일전 사용할 필요도 없는 물대포를 사용하게끔 만든 평화시위 현상, 불과 100일도 안되는 시점혹은 그 때쯤 대통령 지지율을 폭락하게 만들었고, 그외에도 수많은 여러가지 속에서는 굉장히 성공적인데...
유독 20대들이라든지 예전에 운동이란걸 단 한번이라도 참여했던 사람들인 영 못마땅하게 보인듯. 그저 이번 시위에서 자기가 참여할만한 곳은 점점 없고, 다양화 혹은 개인주의적 시위로 변화는 과정을 견디다 못한 몇몇 먹물먹은 일부 대학생들이 착한척 하면서 윗글같은 글쓰는게 참 코메디라 여겨짐.
오히려 현재까지 그나마 잘 유지되온 시위가 아니 초창기 중고등학생들이 그 열기를 만들어내었던 촛불집회가 오히려 20대참여로 인하여 10일날 어떻게 변할지......제발 성공적으로 끝나길 바랄뿐이지만, 이제와서 쳐싸우는 시위로 바뀌면 정말 코메디일듯.
난 이번 시위가 실패라고 본다면 전적으로 20대들이 참여를 오히려 했기에 그런것이라 느끼고, 멀찌감치 바라보면서 윗글같이 폭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게 '좋다'는 개소리는 그만 해줬으면 좋겠음.
정말 폭력이란 단어가 '효율'이란게 가능한건지 의문이 듬.
다만 폭력을 기계적으로 찬동한 듯한 조를 풍긴 이유는, '비폭력' 그 자체에 대한 함정을 면하고 싶었기 때문이구요. 넓게 봐서는, 27일 거리행진을 처음 시작했던 그 때도 퍽이나 '폭력적'인 동기에 입각했던 게 아니었나 싶고. 저는 이 시위를 두고 폭력적이어야 한다느니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느나 같은 '제한'을 함부로 두어선 안된다고 보는 쪽이라. 어떻게 흘러갈진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멀찌감치 바라보면서 이런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이런 정세에 제 스스로도 '개소리'엔 크게 관대하지 않구요.
근데 갑자기 덧글에 '저는 이 시위를 두고 폭력적이어야 한다느니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느나 같은 '제한'을 함부로 두어선 안된다고 보는 쪽'이라고 말하면 참 답답하오. 차라리 그런 내용을 안쓰는게 더 좋지 않았나 싶소.
시위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는지 안하는지는 중요하질 않지만, 처음 시위에 대한 '마음' 자체가 '비폭력'이 중점이였다면 난 그것만큼은 지켜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지키지 못한다면 결국 이번 '시위'는 난 실패라고 보는것이오. 현재까지 자성적인 목소리가 나오는것에 대해 난 '성공'이라고 보는것이고.
그리고 '제한'이 있어야 오히려 그것을 단속하려는 정부 입장도 더 '난감'하지 않겠소? 전략적으로 보더라도 그게 더 유효하오.
지금의 '비폭력' 표방이 전략적으로 올바르다는 건 나도 동의해요. 이오공감에 대부분 비폭력 '개념글'이 오르고 있는 것도 난 고무적으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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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이니까 나가나 들어오나 매일반인데, 매일반이면 들어오는 게 낫잖냐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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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정리가 되고, 한가해 지면 들어가겠음. 지금 들어가도 개인적으로 안에 들어가봤자 '내가 느끼기에' 생각해볼만한 글들이 안올라와서 걍 밖에 좀더 있겠음. 10일날 또 사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그냥 일 끝나고 간간히 차끌고 광화문이나 돌아다니는게 훨씬 이득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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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