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에 대한 단상

박정희가 아니었다면 빅뱅같은 그룹이 10년은 일찍 나올 수 있었.....

YG가 대단한게, 애들이 '커가는' 과정을 엔터테인먼트화한게 좀 간지.
그래서 난 승리를 보고 걔의 지방컴플렉스를 걱정하면서
스무살때의 나를 떠올릴 수 있거나,
대성이를 보고 사회성이 그나이때부터 그렇게 뛰어났던,
스무살 적 내 친구들에게 가졌던 질투 등을 소환할 수 있지.
게다가 뭔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즉자적으로 하고 있다는 기운이 물씬 풍기는 게 아마,
빅뱅에 20대 팬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내가 승리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마디로 승리는 너무 촌빨날려-_-
그게 애처롭고 불쌍하고,
서울의 모든 세련됨이 싫었던 상경 초반의 내가 생각나
그 '멋'의 우열을 어떻게 마음속에 넣고 다루는지 배우는데만 4년이 걸렸어
걔도 그걸 똑같이 걸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림
서울의 멋짐에 빈정상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
자기 멋을 객관화할 수 있는 자신과 안목은
하루아침에 생겨주는게 아니니까
더구나 걔는 아이돌이고.
아이돌이 걸칠 법한 '멋'만큼
제국주의적이고 도회중심적인 게 있을까

멋으로 비교당하는 것 만큼 피눈물나는게 없지
물론 신경안쓰면 간단하고
계속 신경안쓸수 있으면 좋은데
사람이 어떻게 변할진 아무도 모르니까
만약 변하게 될때, 그 진폭이 적으면 좋겠지 아무래도
혹은, 네 옆에 멋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의 문제도 있겠다
그냥 네 인생의 태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여길 수 없을 만큼 그가
네 인생에 깊이 발들이게 될 경우도 생길 수 있고

사실 난 패션잡지에디터를 여자친구로 둔,
캘빈클라인 청바지와 소매좁은 남방이 너무 잘 어울리는 친구 앞에서
250만원짜리 수트의 허리라인이 예쁘다는 것에 같이 동감해주면서도,
부산 국제시장 구제골목에서 산 만원짜리 모자도
그만한 멋이 있다는 걸 주장하려고 하지,
그 두가지를 어떤 빈정상함 없이 같이 얘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어

그러면서 간혹 그녀석이 제 미관을 '보편적'이라 얘기하는 순간마다
거침없이 지적해내려고 하고.
자기 미감을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장이라고.
너도 또다른 '특수'한 취향의 소유자일 뿐이라고



취향이란 게 참 무서워 그래서.
정말로 고스란히 생활환경을 반영하니까
또 그게 들키는 과정에서 흔히 위악적으로 되는데
그래서 나도 대학교 1,2학년 때 내 취향을 발악같이 외치고 다녔지
옷을 일부러 아무렇게나 골라 입고
근데 어느순간부터 그게 별로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잘입고 다니는 사람에 대한 묘한 빈정이나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는 어떤 불편함이 느껴지더라고
어떤 사람의 옷차림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질을 부린다거나,
공연한 짓거릴 한다 식으로 까대고 싶다거나
내가 한때 그랬는데
그 이유를 파보니까
씨발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가 나타나셔서 [후략]




어떤 분야든 그렇지만
객관성은 오만하기 쉽고
주관성은 후미진 곳에 스스로 머물기 쉽잖아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멋을 걸칠텐데
남의 멋과 나의 멋을 마음의 부담 없이
한번에 언급할 수 있는 게 내 목표였고
지금은 어느정도 성과가 있는 듯도 함
멋이란게 참 그 안에 많은 코드들이 숨어 있어
재밌기도 하고.


그래서 난 빅뱅이 좋음 [,........]
멋있음 [..........]
나 스무살 적엔 대성이처럼 사람을 허물없이 사귀지 못했어 ㅠㅠ
엉엉
걔는 너무 내 청춘의 컴플렉스를 자극해
ㅠㅠ


_

이러고 있다.

by cryingkid | 2009/05/06 15:34 | 일상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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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111 at 2009/05/06 21:52
억압된 것은 다시 돌아오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도 지방 중상류층 집안 출신으로 서울서 많은걸 느꼈지요.

제3세계 위성국가 엘리트란 이런 사람들이구나 느끼게 해준
강남과 평창동 부잣집애들, 우리집보다 못살면서 지방 무시하는
강북애들, 구로 달동네에 처음 갔을때 느꼈던 판타지같은 비현실성..

제 이야기같아서 적어봅니다.
(사회성은 나이먹으면 누구나 길러지니 걱정 마시길^^)
Commented by 별고기 at 2009/05/15 10:31
ㅋㅋㅋㅋㅋㅋㅋ지방 중상류층 집안 출신.
당신은 제4세계 행성국가 엘리튼가염. ㅋ
당신네 보다 못살면 무시하면 안되나요. ㅋㅋㅋㅋ
잘살든 못살든 무시되는 사람은 무시되던데.ㅋ
Commented by cryingkid at 2009/05/15 19:28
"판타지같은 비현실성"에 열폭했다에 올인
Commented by 111 at 2009/05/15 20:37
간만에 들와봤더니 까인 댓글이..ㅋㅋ

1. 저는 출신지역이 어디든, 경제력이 어디든 먼저 타인을 무시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저희 집보다 잘살든 못살든 타인은 저를 무시해서는 안되고, 저 역시 타인을 무시해서는 안되지요. 별고기님은 제가 무시당해서 기분 나빴던게 그렇게 불편하신가요?

2. 그 엘리트 중 진짜 진골들은 다 해외로 나갔습니다. 미국서 취직한 애도 있고, 홍콩으로 간 애도 있고.. 결국 한국을 지배하는 건 걔들이더군요. 저희 집 정도의 지방 중상류층과 진짜 진골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3. 그.. 제가 갔던 달동네는 어쩌다 알게 된 친구의 집이었는데, 자신의 생부가 누군지 모르고 어머니가 중학교때 재가해서 고아로 자란 애였습니다. 그 친구는 골프장에서 사기다마(당구용어지만) 쳐서 내깃돈 뜯어먹고 사는 어느 아저씨와 옥탑방에서 같이 살았는데(일종의 확대가족인 셈입니다), 옥상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없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이쯤 되니 판타지라고 느껴질수 밖에 없더군요.

4. 잘난척하려고 쓴 건 아니었는데, 별고기님이 언짢으셨던 모양이군요. 암튼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111 at 2009/05/15 20:39
아, 확대가족이 아니라 대안가족이겠군요.
Commented by cryingkid at 2009/05/16 12:59
헌데 111님은 블로그 안쓰세요? *^^*
Commented by 111 at 2009/05/16 23:00
주인장님께는 순간 욱해서 난장부린거 같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 친구를 동정하지 않아서 죄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는 그런 경우는 처음 본 지라 드라마에나 나오는 가족이 현실에도 있구나 싶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었거든요. 뭐 그게 정치적으로 그릇된 반응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랬습니다.

저는 글재주가 없어서 블로그는 좀.. 비겁한 눈팅족이랄까요.;;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십시오.
Commented by 지기 at 2009/06/29 16:27
"111"님의 첫 댓글에서 보이는 논리적인 오류는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느끼도록 강요한 서울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자리에서, 정작 자신도 그 "느낌"을 만들어낸 (부당한) 분류도식을 똑같이 활용하고 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표층에서는 반대의견을 피력하셨지만 심층의 논리구조는 동형이라는 점에서 그 반대는 올바른 반대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아마도 "111"님이 서울에서 받았던 그 "느낌"이란 걸 말로 풀어내 보자면, 어떤 눌린 기분, 지방에서 올라온 자신을 서울애들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무시하는 기분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111"님은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셨고, 그랬기 때문에 첫 댓글의 두 번째 문단(제3세계 위성국가~ 판타지같은 비현실성..)을 쓰신 거죠. 하지만 문제는 그 두 번째 문단 역시 강남과 평창동의 부잣집 애들을 <제3세계 위성국가의 엘리트>란 이름으로 비꼬고, 강북애들을 <우리집보다 못살면서 지방 무시한다>고 비웃고, 구로구 달동네를 보면서 <판타지처럼 비현실적>이었다고 놀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서울을 경제적 빈부정도에 따라 계층적으로 구분하셨고, 그 계급 피라미드의 최상층(강남과 평창동의 부잣집 애들)을 부정하기 위해서 (제3세계/한국의 대립항인) 제1세계라는 외부를 동원하셨어요. 이 제1세계라는 외부는 "111"님의 두 번째 댓글 2번에서 부분적으로 "진골"과 "해외로 나간 애들"로 변주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111"님은 서울애들이 "111"님을 무시하기 위해 사용한 중심(서울)-주변부(지방)의 위계도식을 조금 더 세분화했다 뿐, 자신의 반대 주장에 그대로 활용하신 거죠.

하지만 강북애들이 “111”님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111”님 보다 못 사는 주제에 “111”님을 자신보다 못 살 것이라고 착각한 인식의 오류 때문이 아니라, 그 같은 경제적 계층지표와는 무관하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경제적으로 좀 빈한하거나, 문화적 취향이 덜 세련되었다거나 같은 외부적 요소를 들어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 때문이잖아요.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사물처럼 평가되어서는 안 되고, 인간 사이의 위계를 세우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부당하며, 우리는 언제나 타인을 그 자신으로서 대면해야한다는 도덕적 당위 때문에 “111”님을 기분 나쁘게 한 서울애들은 유죄인거죠.

두 번째 댓글 1번(저희 집보다 잘살든 못살든~ 무시해서는 안되지요.)에서 “111”님은 이런 인식을 보여주고 계십니다만, 같은 댓글 2번에서는 여전히 빈부를 기준으로 자신의 집(지방 중상층)과 상층 엘리트(진골) 사이의 계급적 구분을 시도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혹, 그 문단의 의도가 “잘난 척할 생각은 없었다”(우리 집은 그렇게 잘 사는 게 아니다)에 맞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그에 선행하는 논리구조이니까...

그렇다면 "별고기"님이 <당신은 제4세계 행성국가 엘리튼가염.ㅋ>이라고 비꼬신 것도 이해가능해집니다. 무시당한 자신의 울화를 그들과 똑같은 논법으로 서울애들에게 투사한 “111”님의 논리적 오류를 냉소적으로 지적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겉은 반대가 되었지만 근원적으로 바뀐 건 아무 것도 없죠. 부당한 무시에 대한 “111”님의 대응이 올바르지 못했기 때문에, “111”님의 대응논리는 서울애들로부터 그대로 되돌아와 <제4세계 행성국가 엘리트> 같은 식으로 “111”님의 목을 옥죌 수 있다는 걸 “별고기”님이 보여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괜히 뒷북치는 것 같아서 쓸까 말까 고민했지만, 보니까 탈식민주의와 관련해 “cryingkid"님이 스피박을 인용하면서 이런 논리적 오류에 대해 쓰신 것도 있고 해서 한번 적어봤어요.
Commented by 111 at 2009/07/01 23:52
1. 이리 되니 제가 여기서 죽치고 있는 사람처럼 되었군요.^^

2. 사실 지기님의 제 내면에 대한 비판에는 논리적으로 반대할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경제력과 지역성에 의한 계급구조를 철저히 내면화하고 있지요. 그 사실을 절대 부정하지는 않고,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계급구조가 사회에 실재하는 어떤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3. 저의 경우, 이것을 내면화하고는 있지만 실생활에서 그것을 타인에게 표출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싫어하기도 하지요.^^

적절한 비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일종의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저는 이러한 차별의식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말하자면 서울 사람들의- 경우만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다 똑같은 문제를 가진 놈들끼리 나는 조심하는데, 저 사람들은 조심하지 않는구나"라는 억울함에서 나온 거라고 할까요. 별고기님은 제게 너무 많은 도덕을 요구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서 울컥 한거죠^^ 별고기님이 어떤 수준의 도덕성을 내면화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마 저보다 내적 도덕 수준은 높으실지 모르지만, 외형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실 거라는데 한표 겁니다.^^

4. 제 3세계 엘리트 이야기는 비꼬려는 의도보다는, 저는 보다 사실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제가 학부다닐 때 경제학을 전공했음에도 식민이나 제3세계 문제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이었고, 제 눈에 한국이란 결국 아직도 주변자로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엘리트란 결국 그 중개자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사람들로 보였고, 그건 제3세계 국가의 경우 거의 대부분 동일할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3세계의 평민(지방 출신 중상류층^^)에 불과합니다.

5. 하나 마나한 이야기가 되었군요. 철저한 계급적 차별의식을 갖고 있으며, 부도덕한 자들에게는 팃포탯으로 - 라는 제 내면이 까발려진 것 같아서 매우 아프군요.^^
Commented by 지기 at 2009/07/02 17:50
앗, 노여움을 푸세요. 자극하려고 적은 글은 아니었고, 다만 댓글로 오가는 얘기 속에 논점이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라 제 생각을 적었던 건데, 그게 "111"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요. 논쟁 속에 감정이 섞이면 굉장히 기분 나빠지잖아요. 제 본뜻은 그렇지 않았으니, 웃음표시 속에 담은 속상한 마음 푸셨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111 at 2009/07/02 22:36
1. 지기님에게 화가 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 속마음을 들켜서 스스로에게 아프고 속상한 거지요. 저도 그러한 차별의식을 아얘 백짓장처럼 가지지 않은 순수한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상당히 부러워지곤 하지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아얘 타고난 심리적 성향 자체가 저와 다른 것 같기는 합니다만.

2. 개인적으로 저는 피해자들의 팃포탯에는 극도로 관대한 편입니다. 현실에서는 보편적 도덕보다는 피해자의 심리적 구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살인자에겐 사형을- 그런 극단적인 건 아닙니다만). 경우에 따라 이러한 제 원칙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이른바 인문적, 진보적 도덕주의자 가운데 있으신 것 같은데, 아마 이런 분들은 도덕적 위선자가 아닐까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 저는 피해자였기 때문에, 제 팃포탯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지요.^^)

3. 제가 찔려하고 있던 그 부분을 명쾌히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문제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제3세계 부분인데, 이 측면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지 않아 한편으로 하쉽기도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Commented by 현서/푸른꽃 at 2009/07/09 10:40
음.. 지나가는 사람이 글을 읽다가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뭐 아는거 없는 사람이니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지기님이나 111님이나 글의 원류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다툴 이유가 없는 내용인것 같군요. 구로구에도, 평창동에서도, 그리고 인천의 가장 외곽진 곳에서도 살아본 사람으로서 볼때, (제 아버지께옵서는 전북 익산 농사꾼 출신입니다.) 111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사회적으로 볼때 진골 엘리트라는 족속들도 크게 몇가지로 분류됩니다. 이게 굉장히 특이하고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소위 111님께서 말씀하신 '제3세계 엘리트'들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특히 중남미 저널리즘에 관련된 제3세계 엘리트들과 한국의 소위 비유하셔서 말하는 '진골 엘리트'들의 차이에 대해서 근본적인 생각을 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최상층 엘리트(갑부나 거부들이 아니라)들은 강남에 거의 없고, 많은 부분이 평창동이랑 성북동, 그리고 부암동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말씀하신 것 처럼 한국에 없습니다. 거의 다 주로 미국으로 가더군요. 근데 강남 엘리트들과 (약칭) 세검정 엘리트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세검정 엘리트들은 청소년기부터 좌우가 섞여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로서든지) 이 혼란을 가진 사람들 중 상당후가 이십대에 부모님 세대의 삶에 반기를 들고, 삼십대가 되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기를 반복합니다. 저요?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사회로 돌아가지는 않고 있네요. 서울 강북에 부암동에서 홍제동으로 가는 길목에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멋부리는 사람들의 동네 청운동과 삼청동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가면 옥인동과 청학동이 보이죠. 암튼 이들은 실체를 분명히 목격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 실체를 벗어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철학과를 수료한 친구녀석이 결국 미국에 M&A 연수를 가는 웃기는 꼴을 저는 목격했거든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들이 세상을 보는 안목이 여기 출신의 사람이 아닌 한, 그들이 따라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사회적 유착관계, 계급관계는 여기서 타파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약칭 세검정 엘리트들은 세상의 좌우,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를 모두 '목격'하면서 자라난 아이들이고, 이 계열 밖의 사람들은 브루주아의 삶과 프롤레타리아의 삶 어느 한쪽밖에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양쪽을 경험한 사람들은 사회적 계급을 지속시키는 데에 훨씬 유리합니다. 소위 386세대들 중에서 세검정 출신의 사람들이 다시 이 동네에 자리를 잡으면서 각광을 받는 까닭(북창동 한옥마을, 부암동 카페촌 - 제가 볼땐 한심하고 웃기는 짜장면입니다만)이 그들은 시크함과 댄디함에서 교묘히 벗어날 수 있는 중립비스무리한 시각을 어쨌든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111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제3세계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소위 중남미나 아시아권 제3세계 지식인들이라는 사람들은 독서편력과 사회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 존재들이 자신의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저널'이라는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그 무기를 취하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의 제3세계 지식인들은 이유야 어쨌든 '부모의 대성공'이라는 그늘(이것을 그늘이라고 인식하는 아이들은 제법 됩니다만, 그것을 벗어나려 한 친구는 딱 한명 봤습니다.) 아래에서 온실속 화초처럼 자라기 시작하고, 궁극적으로 거기에서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네들이 얻는 '경험적 측면'은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머리가 자라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들은 현실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실에 타협하는 방향으로 돌려버립니다. 여기서 벗어난 친구를 딱 한녀석 봤는데, 그런 녀석은 이미 해야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바닥에 숨어있는 경우가 있더군요.

뭐, 이 부분은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 보다는 직접 삶을 살아온 실체들이 존재하는 부분이기때문에, 논리적인 설득력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인것 같습니다. 그것은 대안을 이야기할때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글쎄요, 이 기괴한 한국 제3세계 지식인들의 가장 큰 허점을 10년 넘게 봐온 저로서는... 좀 착찹한 기분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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