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07일
굴욕의 땅, 신촌
신촌을 걸어다닌다. 매일 지나치고도 정 한번 안준 곳이다. 정 한번 안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내게도 울부짖을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죄많은 이 거리에 나 또한 죄를 많이 지었음을 깨닫는다. 스무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어떻게든 몸을 부볐을 곳이다. 외롭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웅얼거린다. 대놓고 기댈 수 있는 감정이 하나라도 남아있었으면 했다. 나 또한, 이 신촌의 율법에 길들여졌다. 나는 자본주의적으로 조금 까탈스러워졌고, 사회주의적으로 조금 우울해지는 법을 배웠다. 멋진 사람은 많았어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속이 빈 사람들은 속이 빈 사람을 알아보았지만, 알아보고 말을 섞은 세월을 무섭도록 돌아보지 않을 줄도 알았다. 대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남아있었으면 했다. 언제나 먼저 떠나온 것은 나였다, 거리는 늘 주량에 못이긴 주당들이 도망가다 토해놓은 토사물로 가득했다.
내가 걸었던 내 피로의 역사들을 되짚어본다. 참 비틀거리게도 걸어왔다, 과거의 일이므로 마음껏 연민한다. 과거의 연민에는 기약할 길 없는 현재의 침묵이 깃들어있다. 누구라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새내기 시절이 떠올랐다. 제 인격은 대개 고등학교때 정해지고, 대학교는 그저 그리 정해진 바닥에서 얼만큼 더 힘쓸 수 있을지를 시험해볼 뿐이다. 시험이 끝나고 난 아이들은 하나둘 천천히 제 본 자리로 돌아갔다.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이나, 대학원에 간 아이들이나, 그렇게 하나둘 자기 본모습을 찾아가는 광경은 대견했다. 너희들도 수고하고 살았구나, 인생은 짧은 거리로나마 아득했다. 나는 내 7년 중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식은땀이 흐른다. 이 거리에서 늘 4,5월을 병으로 앓았다. 어느 해는 나를 사스로 의심하고 어느 해는 나를 SI로 의심한다. 지루한 병력 동안 나는 남에게 감기를 옮긴 적이 없다. 내 몸은 제 가진 병도 옮길 줄 모를 만큼 옹고집이다. 내게로 온 병은 내 몸 속에 오래 머물고는 바깥으로 나갈 줄 모른다. 몇몇 병처럼 찾아온 사람들도 그렇게 머물고는 나가지 않았다. 한번쯤은 의심받던 대로 폐렴이라도 깊어볼 걸 후회도 들었다. 난 7년동안 참 많은 사람을 보았고 참 많은 사람을 버렸다. 7년동안 신촌은 내게 늘 떠나야 할 곳이었다. 나는 내 몸 속에 오래 머문 사람들을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건 그저 병이었을 뿐이다, 내 몸 위로 또 한 명이 머물고 갈 때마다 나는 고해소에 들어가 땀젖은 손으로 성사를 올렸다.
7년동안 성당은 내게 늘 돌아가야 할 곳이었다. 난 그곳을 혜성처럼 공전했다, 꼬리를 끌면서- 죄짓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생각하며 멀어지고 또 멀어졌다. 죄를 비우기 위해 죄는 조금만 지어야 했다, 고개를 트는 혜성처럼- 병을 향해 흐르는 땀은 마음만 먹으면 견딜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인생을 견디는 사람들이 성당에는 많았다. 난 그곳에 가까워지면서 가까워질 수 없었다. 돌아올 탕자처럼 그들은 묵시록적으로 건강했다, 힘주어 말하건대- 나에겐 병이 있었다, 귀밑머리가 축축해지는 일이 잦았고, 내가 머문 거리와 밤마다 땀흘리는 몸을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고, 견디지 못할 때마다 토를 하거나 섹스를 하고 성사를 올렸다. 공전을 거듭할 때마다 나는 전반적으로 멀끔하고 건강해졌다. 매일 아침마다 깨끗이 비워지는, 토사물이 지워지지 않은 신촌거리처럼, 시끄러운 교회꾼들을 용케 척살하지 않는 저 무심한 군중들과 함께 윤택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내가 돌아갈 모습이 있다. 나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너무 많이 걸쳐왔다. 그것이 얼마나 나를 할퀴고 죄었는지 하나하나 더듬는다, 그리고는 나도 참 수고하며 살아왔구나 생각한다. 나도 그네들처럼 강고해질 준비가 되었으므로 마음편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팔고 싶다고 생각한다. 팔고 싶은 마음이 멀리 멀리 도망간다. 팔리지도 않을 마음들이 나를 새내기처럼 흘금거린다. 나는 또 애써 차가워지려던 스무살의 나로 돌아가 있다. 내게 들어왔던 것들이 또 저리 나가지 않고 마음에 지층을 만든다. 횡단면의 유려한 물결은 수없는 쓸림 위에 쌓이고 다져진다. 나도 내가 돌아갈 무늬가 있다, 그 무늬를 한 겹 한 겹 만들 형식이 같은 아픔들이 5년 후의 나에게도 엄습할 것이다. 표정이 같은 묵상들도 함께 잠입해올 것이다. 비웃음과 무관심들도 훈장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나의 미래는 그런 한 올 한 올의 무늬 안에 안온하다. 패딩 조끼 안에 또 한 번 식은땀들이 끈적하다.
신촌을 그윽히 굽어본다. 이 시선의 효용을 이 곳에서 배웠다. 눈길을 돌려 서두르지도 않고 속을 감춘다. 소개팅 커플과 수다떠는 처녀들을 굽어본다. 상경 전 그렇게도 이해할 수 없었던 까페다. 손발이 무겁다. 사람이라도 그리웠으면 했다.
죄많은 이 거리에 나 또한 죄를 많이 지었음을 깨닫는다. 스무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어떻게든 몸을 부볐을 곳이다. 외롭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웅얼거린다. 대놓고 기댈 수 있는 감정이 하나라도 남아있었으면 했다. 나 또한, 이 신촌의 율법에 길들여졌다. 나는 자본주의적으로 조금 까탈스러워졌고, 사회주의적으로 조금 우울해지는 법을 배웠다. 멋진 사람은 많았어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속이 빈 사람들은 속이 빈 사람을 알아보았지만, 알아보고 말을 섞은 세월을 무섭도록 돌아보지 않을 줄도 알았다. 대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남아있었으면 했다. 언제나 먼저 떠나온 것은 나였다, 거리는 늘 주량에 못이긴 주당들이 도망가다 토해놓은 토사물로 가득했다.
내가 걸었던 내 피로의 역사들을 되짚어본다. 참 비틀거리게도 걸어왔다, 과거의 일이므로 마음껏 연민한다. 과거의 연민에는 기약할 길 없는 현재의 침묵이 깃들어있다. 누구라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새내기 시절이 떠올랐다. 제 인격은 대개 고등학교때 정해지고, 대학교는 그저 그리 정해진 바닥에서 얼만큼 더 힘쓸 수 있을지를 시험해볼 뿐이다. 시험이 끝나고 난 아이들은 하나둘 천천히 제 본 자리로 돌아갔다.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이나, 대학원에 간 아이들이나, 그렇게 하나둘 자기 본모습을 찾아가는 광경은 대견했다. 너희들도 수고하고 살았구나, 인생은 짧은 거리로나마 아득했다. 나는 내 7년 중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식은땀이 흐른다. 이 거리에서 늘 4,5월을 병으로 앓았다. 어느 해는 나를 사스로 의심하고 어느 해는 나를 SI로 의심한다. 지루한 병력 동안 나는 남에게 감기를 옮긴 적이 없다. 내 몸은 제 가진 병도 옮길 줄 모를 만큼 옹고집이다. 내게로 온 병은 내 몸 속에 오래 머물고는 바깥으로 나갈 줄 모른다. 몇몇 병처럼 찾아온 사람들도 그렇게 머물고는 나가지 않았다. 한번쯤은 의심받던 대로 폐렴이라도 깊어볼 걸 후회도 들었다. 난 7년동안 참 많은 사람을 보았고 참 많은 사람을 버렸다. 7년동안 신촌은 내게 늘 떠나야 할 곳이었다. 나는 내 몸 속에 오래 머문 사람들을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건 그저 병이었을 뿐이다, 내 몸 위로 또 한 명이 머물고 갈 때마다 나는 고해소에 들어가 땀젖은 손으로 성사를 올렸다.
7년동안 성당은 내게 늘 돌아가야 할 곳이었다. 난 그곳을 혜성처럼 공전했다, 꼬리를 끌면서- 죄짓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생각하며 멀어지고 또 멀어졌다. 죄를 비우기 위해 죄는 조금만 지어야 했다, 고개를 트는 혜성처럼- 병을 향해 흐르는 땀은 마음만 먹으면 견딜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인생을 견디는 사람들이 성당에는 많았다. 난 그곳에 가까워지면서 가까워질 수 없었다. 돌아올 탕자처럼 그들은 묵시록적으로 건강했다, 힘주어 말하건대- 나에겐 병이 있었다, 귀밑머리가 축축해지는 일이 잦았고, 내가 머문 거리와 밤마다 땀흘리는 몸을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고, 견디지 못할 때마다 토를 하거나 섹스를 하고 성사를 올렸다. 공전을 거듭할 때마다 나는 전반적으로 멀끔하고 건강해졌다. 매일 아침마다 깨끗이 비워지는, 토사물이 지워지지 않은 신촌거리처럼, 시끄러운 교회꾼들을 용케 척살하지 않는 저 무심한 군중들과 함께 윤택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내가 돌아갈 모습이 있다. 나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너무 많이 걸쳐왔다. 그것이 얼마나 나를 할퀴고 죄었는지 하나하나 더듬는다, 그리고는 나도 참 수고하며 살아왔구나 생각한다. 나도 그네들처럼 강고해질 준비가 되었으므로 마음편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팔고 싶다고 생각한다. 팔고 싶은 마음이 멀리 멀리 도망간다. 팔리지도 않을 마음들이 나를 새내기처럼 흘금거린다. 나는 또 애써 차가워지려던 스무살의 나로 돌아가 있다. 내게 들어왔던 것들이 또 저리 나가지 않고 마음에 지층을 만든다. 횡단면의 유려한 물결은 수없는 쓸림 위에 쌓이고 다져진다. 나도 내가 돌아갈 무늬가 있다, 그 무늬를 한 겹 한 겹 만들 형식이 같은 아픔들이 5년 후의 나에게도 엄습할 것이다. 표정이 같은 묵상들도 함께 잠입해올 것이다. 비웃음과 무관심들도 훈장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나의 미래는 그런 한 올 한 올의 무늬 안에 안온하다. 패딩 조끼 안에 또 한 번 식은땀들이 끈적하다.
신촌을 그윽히 굽어본다. 이 시선의 효용을 이 곳에서 배웠다. 눈길을 돌려 서두르지도 않고 속을 감춘다. 소개팅 커플과 수다떠는 처녀들을 굽어본다. 상경 전 그렇게도 이해할 수 없었던 까페다. 손발이 무겁다. 사람이라도 그리웠으면 했다.
# by | 2009/05/07 21:00 | 일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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