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과적인간

가끔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짐을 저 혼자서 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바로 짐을 다른 누군가의 의식 속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올려두는, 그런 사람도 있다. 오늘은 짐 지는 일꾼형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두 타입의 사람들 모두를 볼 때마다 나는 한없이 불편해진다. <짐은 나 혼자 꽁꽁 메고서 남에게 한 톨 나눠주지도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얼굴 가득히 내비치면서 마치 <난 이러기 위해서 태어났어요>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다니는데야 말릴 수는 없겠다만, 풍선도 누르면 바람이 빠지듯 인간도 짐에 눌리면 바람 좀 빠지는건 인지상정인데 그 심적 부담감을 폄하하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발생하는 푸념을 한참 곰곰 들어주고 있다가 보면 화가 난다.

아니- 누가 너더러 하래? 너 아니면 죽어도 안된댔냐?

그렇다고 해서 저런 인간이 입을 꾹 다물고 가는 과묵하거나 참을성 깊은 타입이라고 해도 문제가 된다. 그 때부터는 걱정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과연 제깟게 인간인데, 꾹꾹 눌러참다가 보면 결국은 뻥 터지고야 말 것이 분명한데, 저러다 자살이나 해버리지 않을까 근심수심 가득한 눈길로 예의 주시해야 하는 정력낭비를 해야한다.

결국 어느 편이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이라는 점에 틀림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자신이 빠져서는 하늘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꾼 제현들. 그대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만,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읍시다. 물론 나 역시 그대들이 억지로 일하고 있다고 몰아세우려는건 아니야. 제 성격이 그럴테고, 그렇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릴테고, 주변에서도 남들 하기 싫은거 선뜻 맡아서 주렁주렁 해주니까 암말도 숫말도 안하고 있을게 분명.

세상 모든 중요한 大事들은 모두 제 손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 족속들, 차피 한 세상 사는 길 비슷한데 조금씩 짐도 좀 나누고 담소도 좀 하면서 가라. 옆에서 보는 사람 입장도 좀 생각해줘야지. 남들 걸어가는 세상에 너희들끼리만 레이싱 게임 한다고 세상이 미친듯 빨리 돌아가는건 아니야. 그대들의 위대한 노력이 없어도 세상은 필요한만큼은 분명히도 돌아간다. 억지로 지구본을 초당 46회로 돌릴 필요는 없다. 7~8회 정도로 족하다.

너희들의 고결한 노력을 폄하하려고 살아가고 있는건 아니지만, 나는 그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가 잦다는 점도 가끔은 좀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난 누군가가 떠드는 생색에도 그다지 관대한 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아니면 이해해주는 김에 어느 한 놈 죽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는 것 역시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까지 좀 이해해주면 더 고맙기 그지 없겠다. 일방적으로 요구해서 미안하다만, 동시에 그대들이 이 요구글에 따라야할 의무 역시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다는걸 미리 밝혀둔다.


*

사실 세상에 나쁜 놈은 하나도 없을지 모른다. 누구나 제 나름의 논리와 이성에 의거하여 이 좁아터진 행성위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니까. 하지만 나쁜 놈은 없어도 개념 찾아오라고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싶은 놈은 많다. - 2006, Nasrudin



_
어느 블로그의 모 글을 보고 생각난 글.
여기에 말빨이 좀 붙고 거기다가
남들도 이리 살아야 한다고 외치고 다니기 시작하면
좀 골치아파진다.

by cryingkid | 2009/07/10 16:33 | 일상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cryingkid.egloos.com/tb/243357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별고기 at 2009/07/10 19:58
ㅇㅇ-_- 니가 쓴 거 아니지?
글 쓴 사람도 오지랖이 과적인간인데? 'ㅅ';
Commented by cryingkid at 2009/07/10 22:23
님 아는 사람임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