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앓던 폐병 모양으로
숨이 턱에 닿듯 살아온 분이었다
5분간 멎었던 심장이 2분간 다시 뛰었던 그 순간처럼
위태롭게, 위태롭게 이어온 목숨이었다
모든 도의와 모든 투쟁이 또한 그러해서
쇳덩이를 단 채 대한해협에 던져졌을 운명도
광주를 척살하고 모가지에 총을 겨누던
명줄 긴 대머리도 그 위태로움을 넘보지 못했다
그렇듯 평화와는 일면식도 없는 삶이었기에
세계가 알아보고 그에게 평화상을 안겼고
평화와는 일면식도 없는 나라였기에
국민은 평화상을 안은 그를 가는 날까지 질투했다
좌익사냥과 전쟁으로 똑똑한 이 다 죽은 자리에
그나마 머리 틘 이들도 빨갱이로 몰아죽이던 자리에
빨갱이 소리 듣던 그 긴긴 세월, 그 소리 다 걺어지고
홀로 범부로 남아 싸워온 사람이었다
어느날 진짜 빨갱이 동네로 건너가 초연히 악수할 적에
사람들은 여지껏 살아남은 인민복 빨갱이 때문이 아니라
빨갱이도 아니면서 빨갱이로 살아야 했던 한 범부가
비로소 빨갱이 앞에서 범부의 모습으로 당당히 악수하는
그 광경이 대견해서 서로 가슴높이며 울먹였다
그 간단한 광경이 그리도 애타고 대견했던 것이
너도 측은하고 나도 측은해서 아픈 속을 동동 굴렀었다
두 번의 국상을 치르고
태평한 나랏님 아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 겨우
우리는 당신들의 그 위태로움 위에
우리들의 복락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손발에 닿는 배내옷처럼 본래 그런 줄만 알았던
그 당연함이 어떤 피눈물 위에 비로소 세워진 것인지
부엉이바위와 신촌 병동의 두 위태로운 바보가
우리에게 증거해주었다
범부가 빨갱이 소리를 피해 '범부'로 서기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누리는 게
얼마나 가슴저리는 일인지를 당신들이 깨우쳐주었다
그 은혜를 잊지 못해, 또 어딘가에서 범부를
빨갱이로 만들려 눈이 벌걸 사찰에 가슴졸이며
이 글을 쓴다
그대들이 하신 수고,
이젠 우리들이 물려받겠다.
우리에게 평생 못 '잊어버릴' 10년을 선물해주신
그대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생전에 쌓은 눈물 다 거두고는
저 하늘에서 웃으며 지켜봐주시라.
반드시, 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보이겠다.